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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5. 01. 17
조회수 : 104
Bon Appetit ! Eating Echoes with Salt air
Voyages entre le rêve et la réalité 몽상과 현실 사이의 여행
꿈속에서 한편의 필름이 재생된다. 익숙한 공간들이 한데 모여 낯선 모험길로 펼쳐지고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비틀려진 현실 속 모습들은 새로운 순간들로 전개된다. 몽롱한 몸짓을 조금씩 이어가면 조금 전에 보았던 어른어른한 장면들이 아득히 멀어진다. 낯익은 장소들은 생경한 풍경으로 재조립되고 현재 차원의 시공간에서 겪을 수 없는, 어느 미지의 세계를 더듬은 여행이 된 듯한 꿈속 파편들은 묘한 설렘의 기억들로 맞춰진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증발되는 현실들은 녹진한 감정들의 결정체로, 손에 잡힐 듯 움켜쥐면 사라지고 온몸을 내던질 때 자욱한 반향들로 두 뺨을 스쳐 맺힌다. 《Bon Appétit ! Eating Echoes with Salt air》는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합하고 시각적 풀이들을 이어나가는 곽상원, 서원미의 강렬한 울림들을 선보인다.일렁이는 잔상 속 감정의 편린 공기를 가르는 선들 사이로 뻗어나가는 습습하면서도 무거운 숨결. 곽상원의 화면을 이루는 메타포들은 실제와 가상을 오가며 서로를 탐닉한다. 기억 속 불완전한 형태의 인물들과 배경은 서로 자리다툼하며 희미해져가는 현실에 색채를 더해간다. 세차면서도 여린 잔상들이 굽이치는 선들의 리듬에 맞춰질 때, 결핍과 충만함 그 어느 경계에 놓인 붓끝이 향하는 짙은 색의 움직임들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만든다.
짓누르는듯한 암녹색 소용돌이 아래 우두커니 서있는 한 존재. <Boundary>(2024)속 파리한 인물은 고독한 사색에 잠긴 듯 묵직한 오늘의 무게를 짊어지며 늪에 둘러싸인 작은 섬처럼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깊게 내재된 감정들은 투명하지만 씁쓸한 결정으로 형상화되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과거 데카르트는 ‘진실을 찾아내는 일’을 ‘익사’에 비유한 바 있다. 창백하게 고여있는 물속으로 점차 빨려 드는 듯, 어둑한 묵념의 자세를 취한 암시적인 인물은 바닥에 발을 디딜 수도 헤엄을 칠 수도 없어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낯선 틈 사이로 가상의 두 인물이 나란히 호흡한다. 심연을 헤매는 듯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통해 크고 작게 발화되는 이질적인 감정들은 환상적인 실루엣으로 형상화된다. 어딘가 장엄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Salt Air>(2024)는 붉게 발하는 아지랑이들 사이로 대조되는 푸른 어둠들이 웅크리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넘나드는 서로 다른 환영들은 포슬포슬한 파스텔 안료로 표현되어 순도 낮은 진실의 파편들로 치환된다. 불안한 감정들을 묵인하려 두 눈을 감는 것일지 아니면 기쁨으로 얼룩진 푸른 영혼들을 탄생시키려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싼 어둠을 흡수하는 듯 밝게 빛나는 얼굴은 숨 가쁜 연둣빛 탄식을 얕게 토하며 일렁이는 광경들을 직시하고 있다.적빛 반향, 열렬한 대장장이의 불 몸을 향해 달려오는 동시에 신체로부터 흘러나오는 모든 빛의 반향들은 차갑고도 뜨거운 색으로 화면 위를 서린다. 잠재된 기억과 무의식에 위치한 뿌옇고 흐린 이미지들은 수차례 담금질한 색들과 만나 서원미의 캔버스 위에서 소생된다. 광활한 대지를 떠도는 목마른 여행자들은 마침내 붉은 신기루들 사이에 가려진 몽상의 샘을 발견한다. 태초 자연의 색으로 흔들리고 있는 바람의 냄새. 흔들리면서 무언가를 찾는, 달리면서도 앉아 있는 듯, 누운 상태로 꿈꾸는. 유희적 순간에 대한 열병은 배고픔과 갈증을 야기하고 비로소 붉은 반향들을 음미하며 해소한다.
맑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비치는 순수한 영혼의 그림자가 쇼베 동굴에 새겨진 ‘네 마리의 말’들 과 ‘자신을 수호하는 말’의 시선 가운데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쇼베의 말들>(2024)에는 서원미가 불러들인 어느 마부가, 평온한 가부좌의 자세를 취하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다. 원초적인 감정들의 형상은 진주빛 유약으로 켜켜이 겹을 이루며, 칠흑 같은 동굴을 밝히는 극강의 테네브리즘을 연상케 한다. 응축되고 덧입혀진 선들에 새겨진 메아리는 백색의 평면 위에서 여러 차원의 시공간을 활공하고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주름진 대지 위에 눈부신 빛이 이내 물결치고 태양이 만드는 나무의 그림자들은 구름의 형상을 이룬다. 대기를 감싸는 진홍빛 에코는 초록색 대지를 황혼으로 물들인다. 생명력이 넘치는 <구름들>(2024)의 목가적인 풍경. 한쪽 기슭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무성한 풀들과 솟아오른 산등성이 그리고 그곳을 노닐고 있는 동물들과 함께 원시 자연의 세상으로 소환된다. 몇만 년 전 그곳에 있었던 이름 모를 목부는 휘파람을 불며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네 다리를 잊은 듯한 말들은 중력을 거스르는 하얀 울림으로 대치되어 꿈속을 떠돈다.**Bon Appétit ! Eating Echoes with Salt air 진한 여운을 남긴 매콤한 여독이 가시지 않을 때의 목마름. 설익은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어스름한 잔상들. 곽상원, 서원미는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꿈과 현실, 각자의 서사가 혼재된 복잡한 내면의 여행으로 안내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는지, ‘어떻게 바라보고 간직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떨치기 어려운 기억들과 사무치는 감정들에 대해 저마다의 풀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노긋하면서도 자극적인 공기를 머금은 조각들로 구성된 곽상원, 서원미의 감각적인 레시피를 통해, 달콤 쌉싸름한 시각적 쾌감을 맛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권주리(아르떼케이)
-*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FIKA, 2023, pp.18-21 참고.** Egon Schiele, 『Je peins la lumière qui vient de tous les corps』, Agone, 2016, pp.12-22 참고
주최
중랑문화재단
24.11.06~25.11.06 (D-292)
서울특별시 外
25.01.10~25.01.21 (D-3)
송파구
24.12.31~25.01.24 (D-6)
서울특별시, 돈의문박물관마을 外
24.11.01~25.01.31 (D-13)
우리은행 대학생 홍보대사 '캠퍼스WOORI' 5기 모집
강효지 the 3rd. [숨, 내면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