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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oundary Gardener 탈경계 정원사

행사중 D-17

등록일 : 2024. 12. 09

조회수 : 220

주제 문화/예술
일정 2024. 12. 07 ~ 2024. 12. 29
주최 맨션나인
행사장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34길 21-8 , 1층 맨션나인 지도보기 주소보기
비용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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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요강

일상 속 낭만(浪漫)의 순간을 붓질하며, 지각의 경계를 넘나들다



■ 작가명 : 민하림(Min Harim), 박정숙(Park Jungsook)


 전시명 : De-Boundary Gardener 탈경계 정원사


 전시장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23-29, 1F 맨션나인


 전시기간 : 2024.12.07 ~ 12.29


 전시시간 : 10:00-19:00 (매일)


 문의 : 맨션나인 이영선 대표 010-4071-2929 / 070-4267-7370 



삶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인류는 해당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전일생을 바치며 연구하기도, 축적된 지표를 해석하기도 하며 다양한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 그러나 과연 그 본질이라 함은 우리의 인생에서 멀리 그리고 저 심연 깊숙이 심원한 학문과 지식으로 저술할 수 있는 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삶의 본질은 누가 어떤 삶을 어떻게 일궈내는가에 따라 각자의 해답의 파노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맨션나인은 <De-Boundary Gardener 탈경계 정원사>를 통해 규정된 지각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각자의 시선으로 일궈낸 삶의 정원을 화폭에 그려 나가 새로운 풍경을 제시하는 민하림, 박정숙 두 작가를 소개한다.




민하림 작가는 가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이미지의 파도 속, 현대인의 삶을 수조(水槽)에 비유하며 독창적인 인공수조 풍경을 그린다. 물고기를 키우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수조 내부를 인공적인 수풀과 장식들로 조성하는 모습이, 마치 현대인들이 인생이라는 틀 안에서 묵묵히 개개인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의 인공적인 도시 모습과 유사하다는 작가의 위트가 담긴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수조 내부에서 벌어지는 세계는 일상 혹은 영화나 소셜미디어 등의 픽션, 논픽션 이미지를 채집하고 가공된 결과로 기존의 관념적인 지각을 흐리는 새로운 개념의 풍경을 탄생시킨다. 




낭만, 낭 : 浪 물결 랑 / 만 : 漫 넘칠 만


지각의 경계를 드나들며 인간의 삶 속 불확실한 이미지 조각들을 마치 수족관 내 인공생태계의 장치로 풀어내던 민하림 작가의 인공수조 풍경은 2024년 변곡점을 맞는다.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며 단단한 수조 프레임이 담아내던 삶이 가지는 ‘유한성’에 대해 각성하는 시간을 보낸다. 큰 상실의 경험은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 본인 뿐만 아니라 현실의 모든 대상들, 그 힘찬 생명의 움직임들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곧 허망함과 무기력함이 다가왔지만, 그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 한 켠에 삶을 바라보는 ‘긍정’을 자리하기 위한 시도로 수족관을 뒤엎는다. 작가가 시사하는 긍정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떨치기 위함이 아닌 내 자신에게 닥친 휘몰아치는 현재의 순간을 인정하는 것이다. 




민하림 작가는 삶을 긍정하기 위한 인정을 붓질로 승화하여 매 순간을 묵묵히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어둠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로 헤엄쳐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치유를 얻는다. 이번 신작에서는 유한한 삶 속에서 각자 지니는 ‘낭만’의 감각을 강조하며, 개인의 서사를 확장해 인간 삶의 본질에 더욱 집중한 새로운 시각적 표현을 선사한다. 유한성에 대한 각인을 통해 매 순간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일상의 낭만적 경험들을 작가는 기존의 물 속 이미지를 강조했던 시점을, 물결의 파동이 일렁이는 수면의 층으로 옮겨가며 살아있음의 근간이 되는 ‘물’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일상의 아름다운 대상들은 물결의 파동과 기포가 쌓여 더욱 과감히 일그러지며, 작가는 물의 흐름에 그 실존을 내맡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박정숙 작가는 삶을 살아가며 소소하게 포착가능한 일상의 흔적을 꽃, 바다, 산과 들 같은 자연의 심상으로 화폭에 남긴다. 박정숙 작가의 풍경화는 얼핏 보면 자연물이 제공하는 치유적 성향을 전하는 그 단편에 주목하여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87세의 나이, 노장이 겪은 전장이 무수히 많듯 작가의 붓질은 곧 삶을 표현하는 무기이자 펜촉으로, 생을 함축한 일련의 방백(傍白)을 기록한다.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 월남민으로서의 가정형편 때문에 현실에 치여 그림에 향한 열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본질은 결국 끝없는 색과 대상에 관한 시각적 탐구였듯, 자녀가 장성한 후 반세기를 살아온 시점 다시 불 지핀 그 열정은 오늘날 4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작품 속 도상들에서 특히 꽃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기호를 엿볼 수 있다. 작품명에 명시되어 있듯 표면적으로는 정물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화분에 담긴 꽃을 정측면으로 바라보는 시점은 17세기 네덜란드 지역에서 파생한 바로크 시대 정물화 구도와 유사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박정숙 작가가 해석한 ‘꽃’ 이라는 소재는 정물의 정적인 느낌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여 “풍경의 꽃” 으로 재탄생 한다. 배경과 정물 꽃이 분리되지 않은 채 서서히 순화되어 나가는 붓터치와 부드러운 빛의 효과는 기존의 관념적인 원근법을 잊어버리며 강조되는 색감을 통해 작가가 집약하는 삶의 본질에 대해 사색해볼 수 있다. 화폭을 조금 더 깊이 오래 음미하다 보면 곧 시야에 추상적인 색면과 두터운 물감층이 걸리게 되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작품이 걸려있는 현실로의 자각을 유도하며 꽃의 정물적 역할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동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적 풍경으로 볼 수 있다.




50년. 반세기가 차이나는 시대를 살아온 젊은 청년작가와 인생의 증인인 원로작가, 두 작가가 바라보고 붓질을 통해 해석하는 삶의 본질. 이는 대단히 심오한 철학도 사상도 아닌, 작가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낭만에 충실할 뿐이다. 청년 그리고 원로작가가 조우하며 펼치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되새기며, 잠시 쉬어 가는 한 장의 페이지로 비추어 질 수 있길 바란다.



행사 장소